식초시리즈 5. 어떤 식초를 고를 것인가? 식초 라벨에 담긴 비밀. 엄청난 고급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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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 한의학박사

식초가 혈당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드렸었는데요,
어떤 식초가 좋은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마트에 나가서
시중에 나와있는 식초를 한 번 쫙 훑어봤습니다.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으면 고급지식 갖게 되실 거에요.

식초병에 붙어 있는 라벨.
보통 이런 라벨이 글씨가 워낙 작아서 잘 안보이는데요,
일단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걸 확대해서 보면 잘 보입니다.

근데 써있는 건 분명 한글인데
그게 뭘 뜻하는지 알아야죠.
오늘은 식초의 라벨을 해석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식초의 발효과정

식초가 처음 발견될 때,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때는
물론 자연적인 발효과정으로 만들어졌겠지요.

사과나 포도 같이 당도가 높은 과일이
이스트에 의해서 한참 발효가 되면 술, 즉 알콜이 만들어지고요,
그게 또 한참 더 발효가 되면 식초가 됩니다.

현미식초는요?
이런 곡식은 그냥은 발효가 잘 안됩니다.
그래서 전분을 분해시키는 효소를 써서 당화를 시키고요,
그걸 발효시켜서 술을 만들고
그 다음 초산 발효를 시키면 현미식초가 됩니다.

하여간 사과식초건 현미식초건
1차 발효는 당분이 발효되서 알콜이 되고,
2차 발효는 그 알콜이 더 발효돼서 식초가 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발효를 통해서만 식초를 만들면요
시간이 몇달이 걸립니다.

시간은 돈이잖아요.
사과가 술되는데 몇 달,
술이 식초되는데 몇 달 걸리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죠.

속성발효 식초

그래서 식초 공장에서는요,
1차로 술이 되는 발효는 생략하고
애초에 시작부터 술을 원료로 해서 초발효만 하기도 합니다.
술에다가 포도당, 과당 같은 당류를 넣고
거기다 식초의 초산을 만들어내는
초산균을 뿌려서 속성으로 발효시키는 거죠.

이런 식초도 라벨에는
발효식초라고 써있습니다.
심지어 100% 발효식초라고도 써놓기도 해요. 흠..

1차 술발효는 생략했지만
초발효는 했으니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발효식초가 맞기는 하죠.

라벨에 쓰여진
원재료를 보세요

여러분 식초병을 집어들고
라벨에서 원재료 부분을 살펴보세요.

원재료에 ‘주정’이라는 단어가 있나보세요.
주정이란 에탄올 즉 알콜을 말합니다. 술 원액이죠.
이게 들어가 있다면 이 제품은
1차 발효는 생략한 식초입니다.

자, 이렇게 만든 사과식초는요,
처음부터 사과 자체를 발효시킨 거는 아니고요,
알콜과 당이 발효돼서 식초가 된 겁니다.
그리고 거기다 사과과즙을 첨가한 겁니다.

사과 냄새가 잘 나라고
사과향료를 첨가하기도 합니다.
주 발효영양원이 사과는 아니죠.

이걸 사과식초라고 하고
또 발효식초라고 하는 건..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요,
씩 웃게 됩니다.

이런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다만 식초를 만든 과정이 그렇다는 말이에요.

아래 사진은 현미식초 사진입니다. 1차 술발효는 생략된 식초입니다. 어쨌거나 발효한 식초니까 발효식초 맞고요, 100% 라고 써놨습니다.
하지만 주요발효원은 현미가 아니라 액상포도당이라고 써있지요? 그리고 주정이 들어있는 것도 보입니다.
그리고 현미

그리고 현미식초에다가 사과향도 넣었어요. 합성착향료.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발효식초

자, 근데 같은 회사에서 같은 브랜드를 달고 나온 건데,
어떤 제품은 “100% 자연발효, 정통 사과식초”라고 써있는 제품도 있어요.
정통이라는 말, 자부심을 갖고 강조하고 싶은 거죠.

자, 이 제품의 라벨에서 원재료 부분을 보면요, 깔끔해요.
정제수, 즉 물과 사과농축액 외에는 아무 것도 써있지 않아요.
주정이나 당류는 안써있어요.

그렇다면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사과과즙으로만 식초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사과즙이 술이 되고 그게 다시 식초가 될 때까지.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그래서요, 술발효를 생략한 사과식초보다 조금 더 비쌉니다.

유기농 사과식초

마트에 가보니까
대기업에서 나온 제품 말고도
유기농사과식초라고 써있는 제품도 있더라고요.

라벨에 써있는 원재료 표시를 보니까
딱 유기농사과과즙만 써있어요.
그럼 이 식초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진 건지 아시겠지요?

300 ml 짜리가 5,800원 하더라고요.
대기업에서 만든 그 순수 사과로만 만든 정통 사과식초보다는 더 비쌌어요.
대기업 제품은 플라스틱에 들었는데
이건 유리병에 들어있어서 느낌이 더 좋았고요,
사과 과육인지, 껍질인지 뭐가 좀 둥둥 떠있기도 해서
저는 그게 기분학상 더 좋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걸 들고 나왔습니다.

with mother

외국에서는 사과식초를 애플 사이다 비니거(apple cider vinegar)라고 하는데요,
어떤 제품에는 with mother 라고 써있는 것이 있어요.
Mother, 엄마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주정 즉 알콜에서부터 시작한게 아니라
발효의 원천이 되었던 사과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죠.
사과가 식초의 mother, 즉 엄마라는 거고요,
그 찌끄레기까지 포함된 식초라는 거에요.
뭔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 제품도 인터넷으로 시켜서 먹어봤습니다.
맛도 향도 적당하니, 아주 좋네요!

이 제품은 이태리산이고요.
저에게는 이것이 국산보다 훨씬 좋아보입니다.

구입처 링크 알려드릴게요.

https://coupa.ng/bg9Ui4

쿠팡에서 로켓배송이 되니 금방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양조식초=발효식초?

식초 용어 한가지만 더 알고 갈께요.
식초는 알콜발효, 초발효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져요.
막걸리건, 맥주건, 술 만드는 곳을 양조장이라고 하죠?
양조라는 말은 브루(brew) 즉, 발효했다는 말입니다.

그처럼 양조식초라는 말은
발효를 통해서 만든 식초라는 말이기는 한데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발효를 시킨 것인지는
라벨을 잘 읽어보고 판단해야지요.

합성 초산

그럼 발효 말고 다른 방법으로도 식초를 만들 수 있을까요?
네, 석유를 원재료로 합성하면 초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100%의 순수한 초산은 16도 이하에서는 고체가 되서 꼭 얼음처럼 보이기 때문에 빙초산이라고 하는데요,
그냥 초산입니다. 아세트산.

세균이 과일이나 쌀을 발효시켜서 만든 아세트산이나,
석유에서 합성해낸 아세트산이나
아세트산만 놓고보면 같은 화학식을 가진 같은 물질입니다.
순수하기만 하면 말입니다.

합성아세트산 5 ml 에다가 물 95 ml 를 희석하면
초산 5%의 희석초산이 되는 겁니다.
이런 걸로 치킨용 무도 만들고, 오이피클도 만들고
또 간혹은 냉면집이나 중국집 식초병에 담겨있기도 하고 그래요.
식품 업계에서는 싸게 신 맛을 만들수 있으니까
이런 희석시킨 초산을 쓰기도 한다고 하네요.

희석초산은 소독용, 청소용으로 쓰면 딱 좋지 않을까 싶어요.

식초라 불리는 것의 종류

자, 정리해볼께요.
식초로 쓰이는 액체 중에는요,

첫째, 합성초산을 물에다가 희석시킨 용액도 있고요 = 희석초산

둘째, 주정 즉 알콜에서부터 시작한 속성발효식초도 있고요,

셋째, 처음부터 사과나 현미로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발효시킨 100% 자연발효식초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식초를 필터로 거르지 않고 찌끄레기까지 남긴 유기농식초도 있고요.

이제 병에 있는 라벨을 해석하실 수 있겠지요?

근데요 어떤 식초건
기능을 발휘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은 초산, 즉 아세트산입니다.
그 외의 것은 양으로만 보면 사실 되게 미미합니다. 이게 의미가 정말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먹는 기분,
중요하지 않나요?

하지만 기분은 좀 다르죠.

저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식재료가 자라는 모습부터 농부의 손길까지 상상하면서 감사를 표할 때가 있습니다.

식초라면, 예컨대 사과식초라면 사과를 상상하고 싶지
석유를 상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돈 조금 더 주고
유리병에 담긴 유기농사과식초를 선택합니다.

사람마다 가치 기준은 달라요.
각자 좋은 대로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음식을 먹을 때는 기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